Wednesday, February 5th, 2025

페블 워치의 귀환: 스마트워치 시장에 필요한 변화일까?

10년 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계가 다시 돌아온다. 스마트워치 시장이 단조로워진 지금, 어쩌면 가장 필요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내 손목에는 항상 흑백 디지털 화면을 장착한 시계가 있었다. 얼핏 보면 카시오의 전자시계 같기도 하고, 작은 게임보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고, 간단한 알림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바로 페블(Pebble)이었고, 나는 이 시계를 무척 사랑했다.

그리고 2025년, 페블이 돌아온다. 이건 상상도 못 했던 반전이다. 킥스타터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었던 페블은 에릭 미지코브스키(Eric Migicovsky)가 창립했지만, 이후 여러 기업 인수 과정 속에서 사라졌다. 페블은 피트빗(Fitbit)에 인수되었고, 결국 피트빗은 구글에 인수되면서 페블의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구글이 최근 페블 운영체제(Pebble OS)를 깃허브(GitHub)에 무료로 공개했고, 페블의 창립자 미지코브스키가 직접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지만, 이를 듣자마자 ‘내가 좋아했던 껌이 다시 유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 이후의 어떤 스마트워치도 페블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다시 시작되는 작은 혁신

미지코브스키는 페블 같은 기기를 개발하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그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기존 페블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새로운 스마트워치다. 이 제품은 해킹이 가능해 사용자가 직접 새로운 앱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는 단순히 새로운 가젯(gadget)을 만드는 것이 좋다.” 미지코브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가 원하는 기기를 만들 거다.” 10년 전 페블이 대중적인 성공을 목표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작은 커뮤니티를 위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페블의 원래 정신이 그랬듯, 독립적인 스타트업 감성을 다시 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미지코브스키는 1년 전부터 구글에 페블 운영체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이를 승인받았다. 덕분에 새로운 페블의 개발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그는 부품 수급도 원활하고, 디자인 과정도 신속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페블은 그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제품일까? 아니다. 2025년 등장할 새로운 페블은 다시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될 수도 있다.

단순함의 미학

페블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 내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아날로그 시계를 차고 있었다. 스마트 기능을 갖춘 페블은 당시로서는 미래적인 제품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다.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니고 있으며, 오히려 단순한 아날로그 시계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따라서 이번 페블의 부활은 ‘미래적인 기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너무 복잡해진 기술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에 가깝다.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끈 E 잉크 태블릿 ‘Boox Palma’처럼, 불필요한 알림과 화려한 기능을 줄이고 본질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킨들(Kindle)처럼, 페블 워치도 손목에서 불필요한 방해 요소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페블 워치는 기존처럼 터치스크린 없이 물리 버튼만을 사용할 예정이다. 디자인 역시 기존의 네모난 흑백 디스플레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둥근 스틸 프레임이나 컬러 화면을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페블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을 고수하는 것이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의 차별점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 모든 기술에 스며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어폰, 시계, 안경까지 AI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페블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은 그 반대였다. 기술이 간결했고,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었다.

이제 새로운 페블이 등장하면, 그것은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대적인 웨어러블 기술이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복잡한 AI 기능보다 단순함을 선택함으로써, 스마트워치가 본연의 역할—시간을 확인하고 필수적인 알림을 제공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단순한 디자인이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화면이 컬러가 아니고, AI 프로세싱이 필요 없으며, 불필요한 센서들이 제거된다면, 배터리는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페블이 다시 돌아온 것은 단순한 복고풍 트렌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복잡해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더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한 시점에 찾아온 변화일지도 모른다. 2025년, 다시 손목 위에서 페블을 만날 수 있을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