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펑크’라는 단어는 흔히 사용되지만, 그 의미가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경찰과 손을 잡을 수도 있는 게임이라 진정한 ‘펑크’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프로스트펑크는 혹독한 환경에서 도시를 건설하는 생존 게임이지만, 펑크 요소가 강하다고 보긴 어렵다. 나사펑크(NASApunk), 클라우드펑크(Cloudpunk), 재즈펑크(Jazzpunk) 등 ‘펑크’라는 단어는 여기저기 붙지만, 진정한 반항 정신을 담은 게임은 드물다.
하지만 *프래그펑크(Fragpunk)*는 다르다. 화려한 색감과 그래피티 스타일의 비주얼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의 설계에서도 기존 FPS 장르의 틀을 깨려는 개발사 Bad Guitar Studios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밸브(Valve)의 정석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펑크’ 아닐까?
FPS의 기존 틀을 깨다
Bad Guitar Studios의 아트 디렉터 리밍(Yiming Li)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기존 FPS 게임의 정형화된 틀을 깨는 것이 목표입니다. 펑크 정신은 기존의 규범에 저항하고 이를 깨뜨리는 것에서 출발하죠. 우리는 이를 게임 디자인의 핵심 개념으로 삼아, 프래그펑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주얼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방식에도 반영되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프래그펑크의 개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중국 내 펑크 문화에 대해 좀 더 들어보고 싶었다. 서구적인 시각으로 보면, 중국은 규율과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은 이미 여러 번 깨졌다. 예를 들어, 항저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산 BYD가 아니라 테슬라다. 그렇다면 중국에서의 펑크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중국에서 펑크 문화는 1980~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리밍은 설명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펑크라는 개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주로 대도시에 사는 소수의 사람들이 펑크 음악을 듣거나 관련된 문화를 접했죠.”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문화 개방이 진행되면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펑크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음악, 패션, 그래피티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지만, 그래피티의 경우 특정 구역에서만 허용되는 등 어느 정도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비록 서구의 펑크 문화와는 차이가 있지만, 점차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중국 내에서도 펑크 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FPS 규칙을 무너뜨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Bad Guitar Studios는 기존의 FPS 게임이 가진 획일화된 플레이 방식을 탈피하려 하고 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전통적인 전술 FPS는 오랜 기간 동안 장르를 지배해 왔지만, 그만큼 혁신이 더뎠다.
“FPS 장르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따라가라,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공식이 오랫동안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르고 싶어요.”
이러한 철학을 기반으로 프래그펑크는 기존 FPS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한다. 게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프로듀서인 신 창(Xin Chang)은 이렇게 말한다.
“FPS 게임에서 승패는 보통 정확한 에임(aim)에 의해 결정됩니다. 하지만 프래그펑크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카드 시스템을 통한 전투의 변화
프래그펑크의 가장 큰 차별점은 ‘카드 시스템’이다. 게임이 출시될 다음 주부터 150종 이상의 카드가 제공되며, 이를 활용해 플레이어는 매 라운드마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 뒤에 거북이 껍질을 생성해 후방 공격을 무효화하거나, 전장을 얼음으로 뒤덮어 미끄러운 슬라이딩을 활용한 새로운 이동 방식을 만들 수도 있다.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에게 유리한 효과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팀이 어떤 반격 수단을 준비하고 있는지 예측하는 것도 전략의 핵심이다.
기존 FPS에서는 명중률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프래그펑크에서는 플레이어가 환경을 조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 기존 전술 슈팅 게임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이런 변화야말로, 진정한 ‘펑크’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